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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달식 기자의 열린 건축 이야기] 23 .부산 동서대 민석 도서관

민석도서관/도서관 구석구석

by 도서관놀이 2011. 4. 18.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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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달식 기자의 열린 건축 이야기] 23 .부산 동서대 민석 도서관 
웅장한 건물, 그 속에 문화를 입히다 

동서대 민석 도서관. 바깥으로 드러나는 십여 개의 열주가 건물의 웅장함을 극대화 한다. 김경현 기자 view@
 
화강석이 주는 인상 때문일까? 건물의 외피가 주는 인상은 크고 웅장하다. 바깥으로 드러나는 십여 개의 열주가 그 느낌을 극대화 한다. 도서관이 주는 다소 고전적인 분위기와 경직성도 함께 오버랩 된다. 지하 2층, 지상 6층, 연 면적 1만4천㎡의 현대식 건물이다. 개관한 지 4년 정도 됐다. 그래서 단정한 모습이다.

경사지 살린 외피 '고려 사찰' 느낌
마당 댓잎 소리 자연과 공존

미술품·카페풍 탁자 등 배치
딱딱하기보다 즐거운 공간으로

40여만 권의 각종 장서를 갖추고 있는 동서대 민석 도서관(부산 사상구 주례동). 민석은 대학 설립자의 아호(雅號). 건물의 외형적인 형태는 새가 힘차게 비상하는 모습이다. 지붕을 보면 이런 느낌이 전해진다. 건물의 중앙에는 넓은 마당이 있어, 도서관 어느 곳에서든 자연채광이 들어오도록 배려했다. 마당을 중심으로 건물이 'ㅁ'자 형으로 감싸고 있다. 이를 통해 건물은 저층부와 상층부로 구분된다.

도서관에서 빛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특히 책을 읽는데 빛이 곧장 들어오면 눈의 피로감이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도서관은 이 빛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도서관이 북쪽을 향해 있어 열람실이나 자료실에서 책을 읽어도 빛에 대한 부담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또 창 위에 비늘살 형태의 지붕을 만들어 빛이 바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고 있다.

민석 도서관의 특성은 경사지의 특성을 잘 살렸다는 점이다. 경사지의 특성을 이용해 건물의 웅장함을 극대화 했던 고려시대 사찰 건축을 보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건물의 웅장함이 두드러진다. 여기에, 중정과 회랑 등 건축적 공간을 조화시켜 산세의 지형, 숲, 그리고 주변의 도시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고려했다.

이런 지형적 특성 때문에 도서관 진입은 차례차례 계단을 밟아 올라가는 형태를 취했다. 건물 측면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마당을 지나 1층으로 진입하는 묘미도 색다르다. 에스컬레이터 사이로 펼쳐지는 대나무의 전경은 이 도서관이 갖는 색다른 운치다.

에스컬레이터를 오르자 서서히 드러나는 마당. 도서관이 갖는 경직성과 답답함을 해소하고도 남는다. 작은 운동장 수준이다. 마당 곳곳에 대나무를 심어 자연과 공존을 꾀했다. 열람실이나 자료실에서 이곳을 내려다보면 마음까지 뻥 뚫리는 느낌이다.

도서관을 설계한 ㈜다움건축 종합건축사사무소 김명건 건축사는 "정보매체가 활자에서 인터넷, 데이터, 이미지 등으로 다양화 되면서 점점 나만의 공간, 나만의 고립, 나만의 몰입을 찾게 된다. 그 반대로 소통은 점점 멀어진다. 그래서 창을 통해서라도 자연을 느끼고 교감해 보라고 마당을 만든 것"이라 했다.

책을 읽고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검색하면서도 창밖으로 댓잎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느낄 수 있는 것, 이게 이 도서관의 숨겨진 자랑이다.

최근 들어 정보화 시대를 맞아 도서관들도 변화하고 있다. 저마다 수장 자료의 디지털화를 통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누구나 쉽게 자료를 검색,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도서관 시스템 구축으로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 걸맞은 기반을 조성해 나가고 있다.

민석 도서관도 이런 흐름에서 결코 비켜나 있지 않다. 한 발 더 나아가 민석 도서관은 문화를 입혔다. 도서관 내부 공간은 기존 도서관이 갖는 딱딱한 이미지를 벗었다. 건물 외피에서 느껴지는 경직되고 딱딱한 분위기는 쉽게 찾을 수 없다. 대신 즐거움과 문화가 숨 쉰다.

도서관 내부에는 책뿐만 아니라 90여 점에 달하는 크고 작은 미술품(그림, 조각, 설치작품 등)들이 방문객을 반긴다. 미술품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 카페에 온 듯한 착각을 주는 도서관 2, 3층 열람실이나 자료실도 기존 관념을 뛰어넘는다. 열람석 곳곳엔 카페에서나 볼 수 있는 의자와 탁자들이 놓여 있다. 운치도 있고 재미도 있다. 참신한 발상이다.

필수적인 기둥을 제외하곤 건물 내벽이 언제든지 다른 모습으로 리모델링 가능하다는 것도 이 도서관만의 장점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상을 반영한 것이다. 6~15명이 들어가 사용할 수 있는 스터디 룸(17개)이 대표적이다. 철제 구조물에 유리로 벽을 만들어 쉽게 변화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1층엔 최첨단 영상 장비와 최고급 오디오 시설을 갖춘 영화상영, 음악감상, 소규모 공연을 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 '멀티플렉스'가 있고 각종 멀티미디어 자료(DVD, A/V 등)를 이용해 보고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즐거움과 안락함이 상존한다. 인간 중심의 공간에 유비쿼터스의 공간 개념이 집약되어 있음을 느낀다.

민석 도서관은 부산시민 모두에게 개방돼 있다. 만 28세 이상이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신분증만으로 회원가입이 가능하다. 대출은 물론이고 정보 검색, 영화관람(DVD) 등 문화활동도 가능하다.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함께하기 위한 학교의 의지가 읽힌다.

그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에 가 보고, 그 나라의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에 가 보라는 말이 있다.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만들어 준 것은 조국도 아니고 어머니도 아니고 도서관이었다"고 했다. 민석 도서관은 2007년 부산다운 건축상 우수디자인 일반건축물 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야간 조명부문 은상도 받았다.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영상=이지은 대학생 인턴 
| 22면 | 입력시간: 2011-04-16 [16: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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